세계체스연맹 월드 챔피언십 1라운드: 압박 속에 인상적이었던 네폼니아치

지난 금요일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 챔피언 매그너스 칼슨(Magnus Carlsen)과 도전자 GM 이안 네폼니아치(Ian Nepomniachtchi)가 세계체스연맹 월드 챔피언십 1라운드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했습니다. 네폼니아치는 오프닝에서 근소한 우위를 가졌지만 곧 챔피언에게 압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정확한 엔드게임 플레이로 관중들에게 큰 인상을 줬습니다. 2라운드 경기는 11월 27일 토요일 오후 9시 30분(한국시간) 시작합니다.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으로 1년이 연기된 월드 챔피언십이 드디어 지난 금요일 두바이 전시 센터에서 진행됐습니다. 2002년 스페인에서 열린 유럽 12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처음 만났던 두 소년은 세계 랭킹 1위와 세계 랭킹 5위로 맞붙었습니다. 칼슨과 네폼니아치는 세계 챔피언 타이틀과 2백만 유로(한화 약 27억 원)를 놓고 마주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 국적의 칼슨은 2013년 세계 챔피언에 오른 뒤 3차례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고, 이제 5번째 월드 챔피언십에 나섰습니다. 한편, 러시아 국적의 네폼니아치는 첫 월드 챔피언십 경험인데, 그는 러시아 국기 아래 경기하지 못합니다.

세계 반도핑 기구의 러시아에 대한 금지 조치는 여전히 효력을 가지며, 월드 챔피언십 규모의 대회에서는 러시아의 국기, 이름, 국가의 사용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네폼니아치의 깃발은 처음에는 러시아 체스 연맹의 이름과 함께 로고가 사용되었지만, 마지막에는 'CFR'이라고만 쓰인 것으로 교체되었습니다.

이것과 관련해 네폼니아치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확실히 국기와 국가 없이 경기하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지만, 경기 중에는 체스 수에 대해서만 생각합니다."

두 선수는 지금까지 5차례의 클래시컬 경기를 했고(네폼니아치가 4대 1로 앞섭니다.), 이제 3주에 걸쳐 14경기를 더 치릅니다. 경기 수는 2006년부터 2018년까지 8번의 월드 챔피언십에서 사용된 12경기보다 2경기 많아졌습니다.

또 다른 변경 사항은 일정에 관한 것입니다. 세계체스연맹은 주말에 쉬는 날이 없도록 하여 더 많은 시청자가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경기는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화요일, 수요일에 진행됩니다.

이 대회는 1986년 제27회 체스 올림피아드 이후에 열리는 가장 큰 체스 행사이며, 2020 두바이 엑스포와 함께 개최됩니다. 엑스포에는 200개의 파빌리온(전시를 위한 가설 건축물)이 전시되며 이중 191개는 세계체스연맹 산하 국가를 대표합니다. 스페인의 파빌리온은 체스를 테마로 만들어졌습니다.

현지 체스의 핵심 인물은 슬프게도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를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UAE 체스의 아버지라 불리는 알리 아부 칼릴(Ali Abu Khalil)은 첫 경기가 열리기 전 아침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칼슨은 두바이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두바이에서 2004년의 GM 놈을 획득했고, 10년 후 월드 래피드&블리츠 챔피언십에서 모두 승리하며 3가지 경기 형식에서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보유한 최초의 선수가 되었습니다. 그해 블리츠 대회 2위는 네폼니아치였습니다.

대회장은 최근 타이틀 매치와 마찬가지로 유리벽을 이용해 관중과 선수들을 구분했습니다. 유리는 한쪽면에서만 보이는 단방향 유리가 아니지만 관중석의 조명이 꺼지면 같은 역할을 합니다.

첫날에는 300명이 조금 넘는 관중이 입장권을 구매했습니다. 입장권의 가격은 95디르함(한화 약 3만 원)부터 VIP 좌석 1900다르함(한화 약 62만 원)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주최측은 관중이 송신기와 헤드폰을 이용해 현지 해설(GM 비스와나탄 아난드와 GM 안나 무지척이 진행합니다.)을 들을 수 있도록 조치했습니다. 이는 다른 체스 대회에서 부족했던 부분이었습니다. 

1차전의 무승부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5차례의 타이틀전에서 1경기는 모두 무승부로 끝났습니다.(특히 2018년에는 모든 클래시컬 경기가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1886년부터 시작된 45차례의 월드 챔피언십을 기준으로 봤을 때는 승부가 갈린 경기가 26경기로 무승부 19경기보다 더 많았습니다.

두바이에서 열린 첫 경기의 오프닝은 두 선수가 스톡피시와 리라 체스 제로와 같은 뉴럴 네트워크 기반 체스 엔진과 최신 기술을 활용한 준비가 있었음을 보여줬습니다. 

경기 시작 15분 전에 먼저 도착한 네폼니아치는 1.e4로 시작하여 루이 로페즈(3.Bb5)로 진행했습니다. 네폼니아치는 1990년에 GM 가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가 GM 아나톨리 카르포프(Anatoly Karpov)를 상대로 부활시킨 스카치 오프닝(3.d4) 경험도 있었습니다.

칼슨은 위협적인 베를린 디펜스로 들어가지 않고 3...a6를 선택했습니다. 칼슨은 2016년 GM 세르게이 카야킨(Sergey Karjakin)과의 대결에서 두 차례 보여줬던 것처럼 마샬 어택 형태를 구성했고, 네폼니아치는 카야킨처럼 8.h3로 그것을 거부했습니다.

월드 챔피언십에서 마샬 어택으로 진행된 마지막 경기는 크람닉과 레코의 2004년 경기였습니다. 그보다 11년 전에는 카스파로프 역시 월드 챔피언십에서 마샬 어택을 거절했습니다.

In 1993, @Kasparov63 set the renowned Soviet theoretician, Efim Geller, to work on the Marshall Attack. He reported back that White had no advantage in any line. 30 years later, that view apparently still prevails. #FIDEmatch2021

— Nigel Short (@nigelshortchess) November 26, 2021

첫 번째 놀라움은 칼슨의 8번째 수였던 8...Na5였습니다. 이 수는 사람 선수에게 6번째로 인기 있는 수이지만, 체스 인공지능 리라 체스 제로는 최선으로 꼽는 수였습니다. 

8...Na5를 둔 포지션.

이 수는 오랜 기간 아난드의 세컨드로 활약했던 폴란드의 GM 그제고르츠 가예프스키(Gzegorz Gajewski)가 개발한 가예프스키 갬빗(1.e4 e5 2.Nf3 Nc6 3.Bb5 a6 4.Ba4 Nf6 5.0-0 Be7 6.Re1 b5 7.Bb3 d6 8.c3 0-0 9.h3 Na5 10.Bc2 d5)과도 매우 닮아있었습니다.

How many Gajewski Gambits are there??!! #CarlsenNepo

— Grzegorz Gajewski (@GajuChess) November 26, 2021

네폼니아치는 곧장 9.Nxe5로 대응하며 자신도 그 갈래가 익숙하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그의 세컨드는 GM 세르게이 야노프스키(Sergey Yanovsky), GM 블라디미르 포트킨(Vladimir Potkin), GM 세르게인 카야킨입니다. 카야킨은 아제르바이잔의 GM 티무르 라자보프(Teimour Radjabov)와 개막식에 함께 있는 모습이 잡혔지만, 라자보프가 네폼니아치의 팀에 속해 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칼슨 팀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밝혀진 것이 없지만 당장은 GM 피터 하이네 닐슨(Peter Heine Nielsen)과 GM 로랑 프레시네(Laurent Fressinet)가 함께 작업하는 것이 유력해 보입니다. 경기 후 인터부에서 오프닝과 관련해 팀에 독일인(마샬 어택의 장인으로 알려진 얀 구스타프손이 독일인입니다.)이 있느냐는 질문에 칼슨은 최고의 답변을 했습니다. "원하는 만큼 추측하세요. 그것이 월드 챔피언십 기자를 하는 즐거움의 절반이니까요!"

원하는 만큼 추측하세요. 그것이 월드 챔피언십 기자를 하는 즐거움의 절반이니까요!
—매그너스 칼슨

독일인 기자에 따르면, 네폼니아치 팀에는 축구 클럽 바이에른 뮌헨의 운동 코치인 마커스 린드너(Marcus Lindner)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 한 명의 '팀원'은 경기 직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네폼니아치가 공개했습니다. 도전자 결정전에서처럼 그는 모스크바의 스콜코보(Skolkovo) 과학 기술 연구소에 있는 조레스(Zhores) 슈퍼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네폼니아치는 슈퍼 컴퓨터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나에게 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 특별한 컴퓨터는 과학 연구에 사용할 수 있는 거대한 데이터 센터이기 때문에 다른 것들보다 더 효율적이었기를 바랍니다." 

흥미로운 반전은, 스콜코보 재단의 회장이 곧 세계체스연맹 회장인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Arkady Dvorkovich)라는 것입니다. 경기의 주요 후원사인 PhosAgro와 함께 러시아에서는 자국 선수를 지원할 다양한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 확실합니다. 

16수까지 빠르게 진행됐던 경기로 다시 돌아오자면, 경기 중에는 이상해 보이는 14.Kf1 Rfb8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오늘의 주요 수: 14.Kf1!!

이 신비한 수는 체스 엔진에 따르면 '탁월한 수'라는 평가가 나오며, 이는 네폼니아치의 수준 높은 오프닝 준비를 증명해줍니다. 이 수는 그랜드마스터 경기에서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참신한 신수로 볼 수 있습니다. 실시간 해설에서 카루아나의 해설에 따르면 이 수는 2가지 목적을 가집니다. (1) 엔드게임을 예상하여 킹을 중앙에 더 가깜게 가져가는 것과 (2) 14...Qxe5 전술을 15.Qxb7로 대응하기 위해 e1 룩을 지키는 것이 그것입니다.

14수 이후 경기는 사람들에게 좋은 예시가 되었지만, GM 에르빈 라미(Erwin l'Ami)는 트위터에 퀸이 교환된 미들게임이 체스 엔진의 의해 광범위하게 테스트되었다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A ton of engines games have reached the current position. Most of them continued 17.Nc3 Nb4 18.Rac1 when White can try to make use of the extra pawn. #CarlsenNepo pic.twitter.com/X0ScYoiqR4

— Erwin l'Ami (@erwinlami) November 26, 2021

비록 경기는 마샬 어택으로 진행되지 않았지만 경기 양상은 그것과 비슷했습니다. 백은 폰을 하나 잡은 대신 흑은 비숍 쌍과 기물의 활동성을 가졌습니다. GM 파비아노 카루아나(Fabiano Caruana)는 해설에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습니다. "객관적으로 네폼니아치가 유리하지만, 칼슨은 이 포지션을 알고 있습니다."

네폼니아치는 경기가 끝난 후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경기 전체적으로 조금 낙관적이었습니다. 흑에게 작은 보상만 있기 때문에 흥미로운 라인이었습니다."

칼슨은 다음과 같이 받아쳤습니다. "제가 만든 포지션을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제가 선택한 오프닝은 폰을 하나 내주는 대가로 비숍 쌍을 가지는 것이 싫다면 경기할만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상황은 일반적으로 보면 백에게 기물을 재배치할 기회가 있기 때문에 흑이 잘 대응해야 했습니다." 

곧 두 쌍의 마이너 피스가 교환되고 백의 킹사이드 폰 구조도 타격을 입었습니다. 네폼니아치는 22.Bf4를 비숍을 교환하는 '논리적'인 수라고 말했지만 다음과 같이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포지션적인 부분과 전술적인 이유로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교환이 된 후 무승부 이상을 얻지 못했습니다."

칼슨도 비슷하게 답했습니다. "제가 찾은 계획에 꽤 만족했습니다. 비숍 쌍을 포기하는 것은 직관적으로 좋은 수는 아니지만, 저는 백의 약해진 폰 구조와 수동적인 기물 배치가 충분한 보상을 준다고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경기에서 저는 절반은 맞았습니다." 

카루아나는 네폼니아치의 다소 수동적인 33.Ng2를 비판했고, 그것은 칼슨의 33...b4 이후 분명해졌습니다.

33...b4를 둔 포지션.

이후 칼슨은 경기 초반에 약간 긴장했지만 이 시점 이후 기분이 나아졌다고 인정했습니다. "33...b4 계획을 찾아서 매우 기뻤습니다. 그가 신중하게 경기하고 킹을 이동한다면 승리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오프닝이 비교적 빠르게 진행됐기 때문에 두 선수는 시간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경기 막판에 네폼니아치는 백이 받고 있는 압박보다 더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정확한 플레이를 했습니다. 

첫 시간제한 이후 5수가 지난 후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이것은 카루아나는 네폼니아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직후였습니다. "네폼니아치는 이런 상황에서 무승부를 선택하는 유형의 선수가 아닙니다." 하지만 월드 챔피언십은 다른 대회와 충분히 다를 수 있습니다.

네폼니아치는 자신의 첫 월드 챔피언십 경기를 무승부로 끝낸 것에 대해 복잡함 심경을 밝혔습니다. "평소 백으로 경기한다면 이기고 싶었겠지만 무승부도 하나의 결과입니다. 칼슨에게는 좋은 경기였기 때문에 특별한 소감은 없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백으로 무승부를 만들었을 때 느끼는 기분 그대로입니다. 최근에야 무승부가 일반적인 일이지만, 백으로 경기한다면 분명 더 원하는 것이 맞습니다."

칼슨은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때때로 조금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확실히 제가 더 잘할 수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공정한 결과였습니다." 

경기 승점표

FM 클라인이 이 기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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