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 네폼니아치, 다가오는 월드 챔피언십에 대해 말하다

GM 이안 네폼니아치(Ian Nepomniachtchi)는 11월 24일 시작되는 2021 FIDE 월드 체스 챔피언십의 도전자입니다. 네폼니아치의 공식 스폰서인 체스닷컴은 대회를 20일 정도 앞둔 시점에 그와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아래 인터뷰 영상 또는 본 기사를 통해 네폼니아치의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는 세계 챔피언 매그너스 칼슨(Magnus Carlsen)과의 대결, 직관, 헤어스타일 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네폼니아치 선수, 경기 준비는 모두 끝났나요?

준비가 되었다고 느껴야 할까요? 정말 큰 대회를 준비할 때면 항상 부족한 느낌이 듭니다. 팀과 함께 엄청난 양의 일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준비가 되었기를 바랄 뿐입니다.

경기 전에 어떻게 기분을 끌어올리나요?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듣는 특별한 음악 같은 것이 있나요?

특별한 습관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때로는 졸린 기분이 들 때도 있고 하드록 음악을 들을 때도 있어요. 그래서 에너지가 넘치고 힘이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날마다 다른 제 기분에 달려있어요. 그래서 제가 고집하는 저만의 의식 같은 것은 없는 것 같아요. 

그러면 자신만의 의식은 정말 없다는 것인가요?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얘기해주지 않을 겁니다.(웃음) 어떤 것들은 비밀로 유지될 때 좋은 것들이 있으니까요. 

다른 엘리트 체스 선수들과 비교해 어떤 강점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아마도 더 게으른 것이 아닐까 싶네요. 그것이 저만의 초능력입니다.

체스에서 직관이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세요?

나름의 역할은 있다고 생각하지만...(웃음)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자면, 직관의 가치를 평가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현대 체스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올라운더 선수가 되어야 하므로, 직관 하나에만 의지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면, 역대 세계 챔피언 중에서 가장 직관이 뛰어났던 선수는 미하일 탈(Mikhail Tal)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도 많은 수읽기를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탈의 플레이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 하려고 해서는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습니다. 저는 직관이 항상 좋다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수읽기나 포지션 평가를 고려하면 그 수를 선택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있습니다.

그래도 예를 들어 거의 같다고 평가되는 두 개의 선택지가 있다면 이때는 직관이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대 체스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올라운더 선수가 되어야 하므로, 직관 하나에만 의지할 수는 없습니다.

칼슨을 상대로 한 승리 중 어떤 경기가 가장 마음에 드나요?

아마도 그 경기는 미래에 있을 것 같네요.

스스로 꼽는 최고의 경기는 무엇인가요?

이 또한 같은 답변이 될 것 같아요. '가장 성공적인 대회' 또는 '최고의 업적'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면 항상 저는 그것이 미래에 있길 바란다고 답변해왔습니다.

월드 챔피언십이 12경기가 아니라 14경기로 진행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선수들에게 더 좋은 체스 경기를 보여줄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저는 하나의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큰 차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카르포프와 카스파로프의 대결처럼 먼저 6승을 거둔 선수가 승리한다거나, 1972년 스파스키와 피셔의 대결처럼 24경기로 구성됐다면 달랐겠지만요. 

어쩌면 대결 막판에 조금의 차이가 생길 수도 있겠네요. 피로해졌을 때 경기력이 나빠지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그것도 해보기 전까지는 모를 일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전체적으로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체스닷컴 네폼니아치 봇과 경기해보고 싶으신가요?

네폼니아치 봇과는 아직 경기해보지 않았지만 다른 봇과는 꽤 경기해봤습니다. 인공지능에게 처참하게 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체스닷컴과의 파트너십과 체스닷컴이 개최하는 여러 대회에 참가하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체스닷컴은 현재 최고의 체스 플랫폼이고, 모든 종류의 체스 플레이어에게 친숙한 공간입니다. 그리고 체스닷컴은 체스를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프로 체스 선수들을 위한 멋진 온라인 대회가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2020년에는 오프라인 체스 대회가 없었기 때문에 매주 열리는 타이틀 튜즈데이(Titled Tuesday)가 매주 화요일을 멋지게 만들어줬습니다. 온라인으로 열리는 대회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체스 선수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적인 체스 대회에 참가하고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일입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체스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여러 프로젝트들도 있습니다. 하나의 같은 목표를 위해 함께 일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 좋습니다.

지금 이 특별한 순간이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요?

솔직히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보통 우리는 좋은 것을 기억하고 싶어 하니까, 아마도 기억될만한 좋은 것들이 충분히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술을 마시면 레이팅이 얼마나 오르나요?

9000점 이상.

권투로 시합한다면 매그너스와의 대결에서 승리할 자신이 있나요?

저는 체스 복싱을 꽤 준비했습니다. 아마도 제가 승리할 것 같네요.

저는 체스 복싱을 꽤 준비했습니다. 아마도 제가 승리할 것 같네요.

최근에 어떤 음악을 즐겨 듣나요? 좋아하는 앨범, 영화, 음료, 음식이 있나요?

글쎄요, 질문이  많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첫 번째로 음악은, 아무 음악이나 듣습니다. 그때 그때 기분에 따라 달라요. 그리고 최근에 가장 좋았던 영화는 매즈 미켈슨(Mads Mikkelsen)이 출연한 어나더 라운드(Another Round)였습니다. 저의 인생 영화는 더 리더(The Reader)이고요. 그리고 음식은, 다 잘 먹습니다.(웃음) 굳이 꼽자면 고기와 이탈리안 음식을 좋아합니다. 음료로는 차를 좋아합니다! 저는 러시아에서 태어났고 러시아 사람들은 차를 좋아합니다. 몇몇 러시아인들은 보드카를 마시지만 아직은 술을 마실 때가 아니에요. 지금은 티 타임입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책은 하나를 꼽기 어렵네요. 러시아 작가로는 안톤 체호프를 좋아하고 세계 작가로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를 가장 좋아합니다.

자유 시간이 있다면 보통 어떻게 보내나요?

자유 시간이요?

네, 자유 시간이요. 남는 시간이 있다면 무얼 하나요?

자유 시간이 뭐죠? 죄송합니다.

여유 시간이랄까요?

저는 시간이 없어요... 농담입니다.(웃음)

미신 같은 것을 믿나요? 아니면 행운의 부적은요?

저의 첫 체스 코치가 이런 말을 해줬습니다. "대회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똑같은 옷을 계속 입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일상에 변화를 주지 마라." 저는 그런 미신에 대해 사람들이 논쟁하는 것을 지켜봐 왔습니다. 

대회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저는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일하는 방법, 노는 방법, 준비하는 방법을 굳이 해치지 않아야 합니다. 하지만 대회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웃음) 옷을 10벌을 갈아입든, 바지를 갈아입든, 어떠한 것도 효과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현실적이 되어야 합니다. 직접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어떤 말이든 쉽게 할 수 있지만, 실제 대회에 참가하는 입장이라면 매우 다를 수 있습니다. 자,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