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12경기에서 승리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딩 리런

2023 세계체스연맹(FIDE) 월드 챔피언십 12경기에서 GM 딩 리런이 패배 위기까지 몰렸지만 결국 GM 이안 네폼니아치를 꺾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습니다. 이제 대회는 2경기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백으로 경기할 기회가 2번만 남은 상황에서 딩에게는 승리가 절박했습니다. 그는 전술적인 난타전으로 상대를 끌어들였지만 우위에 선 것은 네폼니아치였습니다. 세계 챔피언에 거의 근접했던 네폼니아치는 기회를 잡지 못했고 딩이 6대 6으로 승부의 균형을 맞췄습니다. 

13경기는 4월 27일 목요일 오후 6시(한국시간) 시작합니다. 

11경기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딩은 자신의 반격 가능성에 대해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라고 답했었습니다. 12경기가 시작되기 전 선수들이 자리에 앉았을 때, 전 세계 체스 팬들이 기대해도 좋다는 것은 분명해졌습니다.

딩은 승리를 위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1.d4로 돌아왔습니다. 그가 2.Nf3를 두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가 2017년부터 2018년까지 100경기 무패를 기록할 때 시스템적으로 사용한 카탈란 오프닝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3번째 수에 딩이 선택한 것은 콜 시스템이었고 네폼니아치는 얼굴을 찡그렸습니다. 이후 오프닝 관련 질문에 그는 "아니요, 놀라지 않았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1900년대 초 에드가드 콜에 의해 대중화되었던 이 오프닝은 최고 수준 체스 경기에서는 잘 활용되지 않았지만 전 세계 챔피언 GM 블라디미르 크람닉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콜 시스템은 구조적으로 유사한 종종 런던 시스템, 스톤월 어택보다 수동적인 형태라는 것에서 종종 비판을 받지만, 대부분의 체스닷컴 시청자들은 의문스러운 오프닝 선택이 딩에게 승리할 기회를 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6수에 네폼니아치는 자신의 오프닝 준비에 따라 흥미로운 6...Bd7!?를 뒀습니다. 이 수는 부정확한 것으로 보였지만 그렇다고 크게 잘못되었다고 말하기도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수는 딩이 역동적이고 불균형한 포지션을 잡는 것에 도움을 줬습니다. 체스닷컴의 해설자 GM 로버트 헤스는 "딩에게 좋은 방향으로 경기가 진행됩니다. 그는 여기서 기회를 찾아야 합니다."라고 평했습니다.

딩이 f6 칸에 더블 폰을 만들고 g 열을 열겠다고 결정한 시점에 두 선수에게 모두 기회가 생겼습니다. 네폼니아치에게 있어서 '자발적으로 둔' gxf6은 월드 챔피언십에서 매우 중요한 수입니다. 이번 대회에서만 2번이 나왔고, 2021년까지 포함하면 3번의 경기 모두 결정적이었기 때문입니다. 

This is the second time in the match that @lachesisq has willingly doubled pawns with …gxf6 and then used the open g-file to attack. It worked out pretty well the first time. #NepoDing pic.twitter.com/Sn68AtkUih— Mike Klein (@ChessMike) April 26, 2023

노련한 네폼니아치는 기물을 킹사이드에 집결시켰고 이내 상대의 실수 19.Bc2?를 유발했습니다. 포지션은 흑에게 기울었고 딩이 수비하거나 반격하기가 거의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이후 7수 동안 네폼니아치는 완벽하게 수를 뒀고, 25...b5!!까지 찾아내며 딩의 모든 반격의 기회를 차단했습니다.

이 시점에 해설자 GM 파비아노 카루아나는 만약 딩이 12경기까지 패배해서 2점 차가 벌어진다면 승부를 뒤집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1972년 GM 바비 피셔와 GM 보리스 스파스키의 대결이 마지막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딩은 필사적으로 버티며 매수마다 네폼니아치의 계산 능력에 도전했습니다. 

오래된 습관은 쉽게 버리기 어렵다는 옛말처럼 네폼니아치는 이번 경기에서도 중요한 순간에 수를 너무 빨리 두는 실수를 범했습니다. 그리고 평가 막대기가 위아래로 급하게 움직이는 일련의 수순이 지나고 안정되었을 때 우위에 서 있는 것은 딩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네폼니아치가 견고하게 지키며 승부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선수들의 어깨에 걸린 엄청난 압박의 무게는 의심할 여지없이 경기 내 실수로 이어졌습니다. 그 분야에서 가장 경험이 많다고 할 수 있는 전 세계 챔피언 GM 비스와나탄 아난드는 트위터에 그 부분을 언급했습니다.

and Nepo's fallen apart! pure nerves! #nepoding— Viswanathan Anand (@vishy64theking) April 26, 2023

유리한 포지션에 있다가 반대로 무승부를 위해 싸워야 하는 입장에 놓인 네폼니아치는 압박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34수에 34...f5??라는 큰 블런더를 두고 말았습니다. 헤스가 지적한 것처럼 그것은 백에게 승리를 안겨다 주는 수였습니다. 네폼니아치는 포지션에서 최선의 수라고 평가되는 34...f3를 고려했지만 "정확하게 플레이하지 못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딩은 자리에 똑바로 앉아 최선의 대응인 35.Rxe6를 바로 뒀습니다. 네폼니아치는 자신의 리드가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테이블에 머리를 대고 두 손으로 스스로를 감쌌습니다. 

믿고 싶지 않은 현실과 마주한 네폼니아치는 17분을 고민해서 포지션을 복잡하게 만들 방법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직전의 실수는 너무나 치명적이었고 그는 3수 후 기권했습니다. 딩은 이번 경기 내내 감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고 경기장을 빠져나갈 때까지 미소 한 번 짓지 않았습니다.

아래는 체스인사이드의 경기 분석 영상입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두 선수는 침착함을 유지하며 끝까지 승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카루아나는 전체적인 경기력이 GM 매그너스 칼슨이 있던 시절만큼 높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선수들의 창의성에 대해서는 "2006년 크람닉과 토팔로프의 대결 이후 이렇게 모험적인 월드 챔피언십을 볼 수 없었습니다."라고 칭찬했습니다. 이번 대회는 확실히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었습니다.

창의성과는 별개로 대회 상황은 간단합니다. 하루의 휴일을 가운데 두고 2경기가 남았고, 두 선수에게 백으로 경기할 기회는 단 1번뿐입니다. 

네폼니아치는 12경기 패배로 인한 심리적 트라우마에서 하룻밤 사이에 회복해야 하고, 흐름을 자신 쪽으로 가져온 딩은 침착함을 유지해야 합니다. 

내일 선수들이 체스보드 앞에 앉았을 때 가장 중요한 질문은 여전히 동일할 것입니다. GM 미하일 탈이 그 옛날 얘기했던 것처럼 2+2=5가 성립하는 깊고 어두운 숲에서는 오직 한 명만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그 숲으로 상대를 데려갈 선수는 누가 될까요?

목요일 경기를 놓치지 마세요!

승점표

2023 FIDE 월드 챔피언십은 차기 세계 챔피언을 결정하는 올해 가장 중요한 오프라인 클래시컬 대회입니다. 이안 네폼니아치와 딩 리런이 현 세계 챔피언 칼슨이 타이틀 방어를 포기하고 떠난 체스의 왕좌를 놓고 대결을 펼칩니다. 이번 대회의 총상금은 2백만 유로(약 28억 원)이며 14경기에서 7.5점을 선취하는 선수가 승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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