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서 벗어나며 선두를 지킨 네폼니아치
2022 도전자 결정전 5라운드에서 대회 선두 GM 이안 네폼니아치는 GM 히카루 나카무라를 상대로 위기에 몰렸지만 결국 무승부를 만들어내며 승점 0.5점을 추가했습니다. 모든 경기가 무승부로 끝난 오늘, GM 딩 리런은 첫 승의 기회를 잡지 못했습니다.
2022 도전자 결정전을 시청하는 방법
이번 대회는 체스닷컴TV, 트위치, 유튜브 채널에서 실시간으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대회와 관련된 자세한 정보와 모든 경기의 기보는 이벤트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6라운드 경기는 6월 23일 오후 10시(한국 시간) 시작합니다.
많은 체스 팬들은 오늘 경기 결과에 실망했을 수도 있습니다. 전부 무승부라고요? 또??
그러나 그 4번의 무승부 뒤에는 많은 드라마와 훌륭한 플레이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오늘의 승자는 선두를 그대로 유지한 네폼니아치였습니다.
카루아나-라포트 ½-½
오늘 가장 먼저 끝난 경기가 가장 극적이었습니다. 카루아나는 역대 상대 전적에서 라포트에 3대 1로 앞서지만, 최근 경기 결과는 라포트가 앞서고 있습니다. 두 선수는 지난달 루마니아에서 열린 2022 슈퍼벳 토너먼트에서 무승부를 기록했고, 올해 초 열린 타타 스틸 토너먼트에서는 라포트가 흑으로 승리했습니다.
오프닝에서 라포트의 5...a6!?은 카루아나를 생각에 잠기게 만들었습니다. 이전까지 라포트는 5...Qc7 또는 5...Nf6만을 두었기 때문에 이 수는 하나의 놀라움이었습니다. 참고로 두다와의 1라운드 경기는 백의 5.Bf4 선택으로 다른 갈래로 진행됐습니다.
10분을 생각한 끝에 카루아나는 흥미로운 6.g4를 두었습니다. 이 수는 에스토니아의 그랜드마스터 폴 케레스(1916-1975)가 시실리안 디펜스 스케브닝언 바리에이션에서 처음 개발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케레스는 시대를 앞선 선수였기에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1980년대와 1990년대 들어 이 수의 진가가 인정받았습니다. 그 이후에 스케브닝언 바리에이션의 인기가 떨어졌습니다.
그 이후로는 러시아의 그랜드마스터 마크 타이마노프(1926-2016)의 이름을 딴 타이마노프 바리에이션이 스케브닝언 바리에이션의 인기를 차지했습니다. 최근에는 이 갈래에서 6.Be3 Qc7 7.g4도 개발되어 사용되지만 카루아나는 g 폰을 더 빠르게 전진했습니다. 참고로 세계 챔피언 칼슨도 블리츠 경기에서 똑같이 경기를 풀어간 적이 한 번 있습니다.
카루아나에 따르면 6.g4는 백의 가장 공격적인 선택지였습니다. 흑이 나이트를 f6 칸으로 전개한다면 곧장 공격받을 수 있으므로 라포트는 나이트를 e7 칸에 배치했습니다. 라포트는 이전에 6.g4를 상대해본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라포트 "내가 창의적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6번째 수부터 오프닝 이론에서 벗어나기 때문입니다."
내가 창의적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6번째 수부터 오프닝 이론에서 벗어나기 때문입니다.
—GM 리처드 라포트
카루아나는 8.Nb3로 잠재적인 나이트 교환을 피했고 그렇다면 이후 관건은 '흑이 나이트를 배치할 좋은 칸이 있느냐'였습니다. 라포트는 컴퓨터 또한 최선이라고 평가한 8...Na5로 이 문제를 해결했지만 먼저 b3 나이트를 잡는 것은 약간의 실수로 보였습니다.
카루아나는 12.Rf1로 킹사이드 룩을, 15.Rd1으로 퀸사이드 룩을 움직이며 캐슬링을 포기했습니다. 그는 승부를 볼 심산이었습니다.
라포트는 직접적인 반격에 나섰고 퀸사이드 a5-e1 대각선과 백의 b2 폰을 압박하며 그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체스보드에는 불꽃이 튀었지만 컴퓨터 엔진의 평가값은 여전히 0을 가리켰습니다. 컴퓨터는 이미 라포트의 19...e5!와 이어지는 수순을 보았던 것입니다.
카루아나는 "17...a3을 두었을 때 그 수순을 짧게 검토했습니다. 라포트가 19...e5를 둘 것이라는 것은 이해했지만 무승부를 피할 방법이 없었습니다."라고 말하며 수를 놓쳤다고 밝혔습니다.
두 선수의 대결은 이번 대회 최고의 명경기가 될 수도 있었지만 아쉽게 일찍 끝나버렸습니다. 하지만 꽤 흥미로운 경기였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카루아나는 위험한 플레이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경기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진 않았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더 유리할 수도 있다고 느꼈습니다."
한편, 라포트는 "모든 결과가 나올 수 있었고, 무승부는 그중 하나였습니다."라고 말하며 "6수부터 이미 준비된 오프닝에서 벗어났으므로 그렇게 짧은 경기를 한 것도 아닙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피로우자-두다 ½-½
이번 대회, 두 번째로 하는 백 경기에서 피로우자는 확실히 승리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이전까지 두다를 상대로 4승을 기록했고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습니다.
두다가 시실리안 디펜스 나이돌프가 아닌 견고한 페트로프 디펜스를 선택한 것은 결코 놀랍지 않았습니다. 1.e4로 시작한 경기에서 두다는 4번에 1번 정도 1...e5로 응수하는데, 이때 이어지는 수는 언제나 2...Nf6였습니다.
두다는 확실히 오프닝에서 편안해 보였습니다. 그는 올해 세계 챔피언 칼슨과의 온라인 경기에서 비긴적이 있고, 오늘 경기는 그의 이전 경기에서 15수까지를 그대로 따랐습니다.
경기 후 두다는 그것 때문에 상대가 '시간을 너무 많이 쓴 것'이 오히려 놀라웠다고 밝혔습니다.
이전 경기에서 두다는 퀸사이드에서 비슷한 플레이를 했었습니다. 그는 흑으로 역동적인 플레이를 이어갔고 거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체스보드를 넓게 사용하며 흑은 기물 교환을 이어갔고 경기는 무승부를 향해 빠르게 속도를 높였습니다. 흑은 페트로프 디펜스에서 무승부를 만들며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경기 후 피로우자는 꽤 낙담한 표정으로 이번에는 미소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그는 내일 경기에서 백으로 카루아나를 상대합니다.
나카무라-네폼니아치 ½-½
두 선수의 10번째 클래시컬 경기(2승 6무 2패)를 위해 나카무라는 페트로프 디펜스를 가장 많이 준비했을 것입니다. 대회 선두인 네폼니아치는 확실한 승점 0.5점을 원했을 것이고, 실제로 네폼니아치는 칼슨과의 월드 챔피언십에서 페트로프 디펜스를 3차례나 사용했습니다.
나카무라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네폼니아치가 페트로프 디펜스를 사용할 것이라 짐작했습니다. 컴퓨터 엔진의 평가값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가 원한 것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칼슨은 페트로프 디펜스를 상대로 8.Nbd2를 사용했지만, 나카무라는 예전 메인 라인인 8.c4를 선택했습니다. 그는 6년 전 2016 미국 챔피언십에서 GM 바루잔 아코비안을 상대로 이 수를 둔 경험이 있습니다.
네폼니아치는 13수와 14수에서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14...Bf8로 나카무라의 이전 아코비안과의 경기에서 벗어났습니다. 경기에는 특별한 것이 없어 보였지만, 네폼니아치가 16수에서 14초 만에 16...Qg4를 두며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그의 실수는 단순히 수를 빨리 두었기 때문에 나온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네폼니아치는 준비된 오프닝을 혼동해서 실수를 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다른 갈래로 진행되었다면 Qe4-Qg4는 좋은 수였을 것입니다. 경기가 끝난 후 네폼니아치는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일어나지 안 될 일이 일어났습니다. 준비한 오프닝 라인이 뒤섞였습니다."
준비한 오프닝 라인이 뒤섞였습니다.
—GM 이안 네폼니아치
나카무라가 18.h3를 두자 네폼니아치는 자신이 실수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왼손으로는 머리를 잡고 오른손으로는 백의 폰을 돌리며 초조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편, 카루아나는 옆 보드에서 관심을 가지고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오늘 선두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Very dramatic day. Nepo has clearly had one of his impulsive moments. If he doesn't survive, we get to see how he's learned to handle setbacks/moods ...
— Jonathan Tisdall (@GMjtis) June 22, 2022
나카무라는 프로답게 경기를 풀어갔습니다. 그는 수를 한 차례 반복해서 추가 시간에 가까워지도록 만들었습니다. 22수를 두었을 때 나카무라에게는 41분, 네폼니아치에게는 1시간이 있었습니다.
컴퓨터 엔진은 확실히 백의 우세로 판정했고 네폼니아치 또한 그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패배를 면한 후 그는 "백이 이기는 수순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백이 승리에 가까이 있다는 것은 확실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나카무라에게는 상대를 압박하고 정확한 수를 두기 위해 생각할 시간이 부족한 듯 보였습니다. 반면에 네폼니아치는 훌륭한 수비를 보여줬습니다.
백의 이점은 서서히 사라졌고 32번째 수에 이르렀을 때 나카무라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실망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백의 놓친 기회로 생각된 수는 23.Nh4!였지만 이것은 컴퓨터 엔진이 둘법한 수였습니다. 나카무라가 이후 인터뷰에서 제시한 수는 25.Nd4!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둔 25.Nd2를 '갑작스러운 뇌정지'라고 말했습니다.
"... if I don't have the sudden brain slip and play Nd2—if I go Nd4 I think it's much better if not winning," says Nakamura on perhaps a missed opportunity against Nepomniachtchi today. #FIDECandidates pic.twitter.com/7gp6aSBCa0
— ChesscomLive (@ChesscomLive) June 22, 2022
나카무라의 생각은 아래 유튜브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라자보프-딩 리런 ½-½
오늘 딩 리런은 2019 월드컵 결승전의 패배를 설욕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쳤습니다. 한편, 라자보프는 그 대회의 우승자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진출했습니다.
딩 리런은 카탈란 오프닝에서 ...Bb4+ 시스템을 이용해 2018년 도전자 결정전 카루아나와의 경기를 무승부로 끝낸 경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라자보프에게는 오늘 아침 숙제가 있는 셈이었지만, 그는 오프닝에서 어떠한 이점도 가져가지 못했습니다.
자연스러워 보이는 11...c5가 오늘 처음으로 나온 새로운 수였습니다. 그다음 수에 흑의 퀸과 비숍의 연결을 끊는 12.a3가 백에게 결정적으로 보였지만 라자보프는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라자보프는 e 폰과 f 폰을 전진하며 킹 앞을 약하게 만들었고 딩 리런은 19...Qb7으로 그것을 곧장 공략했습니다. 흑의 우위는 확실했고, 딩 리런은 기물을 움직이며 그것을 키워나갔습니다.
딩 리런이 약간 부정확한 수를 두자 백에게 경기를 지켜낼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러나 라자보프는 36.Nf5!?를 두지 않고 그 기회를 지나쳤습니다. 그리고 추가 시간을 받기 위한 40번째 수에서 긴장한 딩 리런은 또 한 번의 실수를 했습니다. 그는 흑이 승리할 수 있는 수인 40...Bxd4를 놓쳤습니다.
Ding Liren had to find the only move 40...Bxd4 to keep a winning advantage.
— ChesscomLive (@ChesscomLive) June 22, 2022
Radjabov is back in the game.#FIDECandidates pic.twitter.com/RBukiny9go
라자보프가 체스보드 앞으로 왔을 때, 그는 안도의 표정을 지었습니다. 흑의 이점은 완전히 사라졌고 경기는 무난하게 무승부를 향해 갔습니다.
결과적으로 딩 리런과 나카무라, 2명의 선수가 승리의 기회를 놓쳤고, 두 선수는 6라운드에서 맞붙습니다.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은 두 선수가 어떤 경기를 펼칠지 지켜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울 것입니다.
5라운드 이후 순위표
6라운드 대진 및 역대 상대 전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