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폼니아치, 피로우자를 꺾으며 단독 선두 차지
GM 이안 네폼니아치가 프랑스의 GM 알리레자 피로우자를 꺾으며 2022 도전자 결정전에서 단독 선두에 올랐습니다. 피로우자는 시실리안 디펜스 나이돌프 바리에이션에서 준비된 전략을 꺼내 들었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았습니다. 4라운드의 다른 세 경기는 모두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2022 도전자 결정전을 시청하는 방법
이번 대회는 체스닷컴TV, 트위치, 유튜브 채널에서 실시간으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대회와 관련된 자세한 정보와 모든 경기의 기보는 이벤트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5라운드 경기는 6월 22일 오후 10시(한국 시간) 시작합니다.
화요일 4라운드 경기가 시작하기 전에 특별한 손님이 있었습니다. 오전 9시부터 8명의 12세 이하 선수들은 세계적인 선수들이 경기하는 자리에 앉아서 체스 경기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온라인 예선을 걸쳐 진출한 선수들은 인터내셔널 체스키드 캔디데이트의 2라운드를 대회장에서 치렀습니다. 이 대회의 시간제한은 25분+5초이며 이틀 더 진행됩니다.
오늘은 또 한 명의 특별한 손님이 대회장에 방문했습니다. 검은색과 흰색 체크무늬의 옷을 입은 신비한 체스 선수 레이 에니그마는 아직까지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강한 체스 선수라는 것이 확실합니다. 그는 스페인 TV쇼에 이미 모습을 드러냈고 현재 틱톡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GM 매그너스 칼슨의 다음 도전자가 누가 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지난번과 같은 상대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칼슨이 타이틀 방어에 나설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오늘 네폼니아치는 압도적인 플레이로 칼슨이 상대하고 싶은 선수로 지목한 피로우자를 꺾었습니다.
네폼니아치-피로우자 1-0
오늘 경기가 있기 전까지 두 선수의 상대 전적은 1승 1무 1패로 균형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둘의 가장 최근 클래시컬 경기는 루마니아에서 열린 슈퍼벳 토너먼였습니다. 불꽃 튀는 전술 대결이었던 경기에서 네폼니아치는 흑으로 승리를 따냈고, 그는 오늘 경기에서도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이전 경기와 가장 큰 차이는 경기 양상이 일방적이었다는 것입니다. 피로우자는 시실리안 나이돌프에서 준비된 전략을 가지고 왔지만 상대가 예상치 못한 플레이를 하자 이내 역풍을 맞았습니다. 두 번의 부정확한 수가 뒤따랐고 23수 이후에는 흑이 완전히 패배한 포지션이 완성되었습니다.
백이 15.f5로 킹사이드에서 공격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연구된 포지션입니다. 이전 수 백번의 마스터 경기에서 흑은 15...a4 또는 15...Bxb3로 경기를 이어갔습니다. 한편, 오늘 피로우자의 선택은 아주 새로운 15...Bc4였습니다.
네폼니아치는 그 수가 자신에게 혼란을 야기했다고 말했지만 그는 16.Kb1로 응수하기까지 오직 9분 만을 소비했습니다.
"논리적인 수를 두기로 결정했습니다. 흑의 계획은 17...d5 18.exd5 Nd6가 분명해 보였고, 저는 18.f6로 그 의도를 방해하기로 했습니다. 객관적으로 그게 좋은 수인지에 대한 확신은 없었지만 적어도 폰을 희생한 후 나이트를 g3 칸에 배치하기만 한다면 적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해당 포지션에서 많은 경기들은 19.Ng3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어쩌면 19.gxf6는 피로우자가 준비하지 못한 수순이었을 수 있습니다.
그다음 혼란에 빠진 것은 피로우자였습니다. 그는 20수에 30분을 사용했고 21수에 또 한 번 30분을 더 썼습니다. 킹을 h8 칸에 숨기는 것은 괜찮은 수였지만 밝은색 비숍 교환은 굳이 필요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네폼니아치는 20...Bxf1에 대해 수를 낭비하는 '매우 나쁜 수'라고 평가했습니다.
Firouzja spent almost half an hour on his 20th move and just when @DanielRensch was talking about 20...Bxf1, that move was played!#FIDECandidates pic.twitter.com/R6dWagtinG
— ChesscomLive (@ChesscomLive) June 21, 2022
흑이 b 폰을 잃기 전까지는 그대로 해볼 만한 포지션이었지만 피로우자는 이내 폰을 뺏기고 말았습니다. 그것에 대해 네폼니아치는 "그가 폰을 놓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피로우자가 절망감에 빠져있다고 느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네폼니아치는 표정으로 자신의 상황이 좋다는 것을 드러냈습니다.
"That's a Ian who thinks his opponent just blundered big time," says 🎙️ @DanielRensch.
— ChesscomLive (@ChesscomLive) June 21, 2022
Nepo finds 24.Qxb4! and now has great chances to win his second game in the #FIDECandidates. pic.twitter.com/hnoOM91m7z
네폼니아치 입장에서는 굳이 폰을 잡지 않을 이유가 없었고 그는 수를 둔 후 바로 자리를 떴습니다. 긴장된 표정으로 두 손으로 볼을 감싼 피로우자는 체스 보드 앞에 홀로 남겨졌습니다.
시계에 오직 22분만이 남은 상황에서 피로우자는 24수에 또 한 번 부정확한 수를 두었습니다. 한편, 네폼니아치에게는 1시간이 훨씬 넘는 시간이 있었고 그는 5분 생각한 후에 강력한 사잇수인 25.Bb6!를 찾아냈습니다. 비숍의 위치가 어정쩡해 보였지만 흑의 퀸이 c7 칸으로 가지 못하게 만드는 탁월한 수였습니다.
피로우자는 7분을 생각한 끝에 25...Qd7을 두었고 네폼니아치는 빠르고 강력한 플레이를 이어갔습니다. 그는 26.Qe1을 곧바로 두었고 상대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했습니다. '네 차례야.'
추가 시간을 받기 위해 14수를 더 두어야 하는 상황에서 피로우자에게 남겨진 시간은 3분 남짓이었고 7수가 남았을 때는 오직 35초뿐이었습니다. 피로우자가 속기에 강하다는 것은 정평이 나 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가혹한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기권, 시간패, 체크메이트에 당하는 것뿐이었습니다.
흑의 35...f5 이후 네폼니아치는 침착하게 차를 한 잔 따르고 상대를 쳐다본 다음 Rxh7로 멋지게 경기를 끝냈습니다.
약 반 년 전 네폼니아치는 칼슨에게 무기력하게 패배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그는 자신이 다시 한번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라포트-나카무라 ½-½
이 경기에서도 오프닝 준비가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GM 히카루 나카무라는 GM 리처드 라포트와의 경기에서 준비된 오프닝 전략으로 경기를 초반부터 동등하게 만들었습니다. 나카무라는 경기가 끝난 다음 자신이 이전 Bg5 안티-베를린 디펜스로 진행된 체스닷컴 래피드 챔피언십 경기에서 카루아나에게 패배한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저는 오늘 경기에서처럼 7...h6, 8...g5, 9...Be6로 이어지는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20수 정도까지 모두 준비된 수순이었고 어려울 것은 없었습니다."
라포트는 오프닝과 관련해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종류의 실패였습니다. 큰 실패는 아니었더라도 백으로 아무것도 얻지 못했습니다."
경기는 흑이 더블 c 폰을 가진 엔드게임으로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만약 마법과도 같이 룩과 나이트가 전부 교환된다면 백이 승리할 수 있는 포지션이었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나카무라는 킹사이드에서 기물을 배치할 좋은 칸을 찾았고 h4-h3 폰 전진과 Nf3를 이용한 날카로운 플레이를 이어갔습니다. 어느 시점 이후 백의 포지션이 좋지 않다고 느낀 라포트는 기물의 활동성을 유지하며 상대의 전술적인 플레이를 경계했습니다.
나카무라는 자신이 더 정확하게 플레이할 수도 있었다고 느꼈고 상대에게도 약간의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서 무승부를 합당한 결과로 받아들였습니다. 경기가 무승부로 끝난 후 두 선수는 악수를 나누며 미소지었습니다. 나카무라는 경기가 곧 끝날 것으로 생각하고 이미 재킷을 입고 있었습니다.
두다-라자보프 ½-½
오늘 첫 두 경기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GM 얀-크지슈토프 두다와 GM 테무르 라자보프의 경기도 마무리되었습니다. 오늘 경기는 두 선수의 두 번째 맞대결이며, 라자보프가 백으로 경기했던 2019년 타타 스틸 마스터즈 첫 맞대결의 결과는 무승부였습니다.
안티-베를린 바리에이션에서 또 다른 사이드라인인 5.Bg5를 상대한 라자보프는 오프닝 단계에서 포지션을 풀어내기 위해 시간을 많이 소모했고 약간의 압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두다는 컴퓨터 엔진이 제시한 이점을 잃었고 17...f5! 이후 흑은 완전히 동등한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흑의 f 폰 브레이크는 백의 a 폰 전진이 있기 전 주도권을 유지하는 수였고 두다는 이 수를 "놓쳤다"라고 말했습니다.
대부분의 기물이 교환된 룩 엔드게임은 동등해 보였고 두 선수는 41수 이후 무승부에 합의했습니다.
"이 대회에서는 패배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지금껏 비교적 잘 해내고 있습니다."라고 말한 두다는 GM 그제고르츠 가예프스키와 GM 카밀 미톤을 세컨드로 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딩-카루아나 ½-½
카루아나에게 있어 GM 딩 리런은 그동안 클래시컬 경기에서 힘든 상대였습니다. 총 13번의 맞대결에서 딩 리런은 5승 6무 2패로 상대전적에서 앞서있고, 작년도 도전자 결정전에서의 '미니 매치'에서도 딩 리런이 1.5대 0.5로 승리했었습니다.
카루아나는 퀸스 갬빗 거절에서 소련의 체스 선수 비아체슬라브 라고진(1908-1962)의 이름을 딴 라고진 바리에이션을 선택했습니다. 카루아나가 작년도에 이미 여러 차례 사용한 오프닝이기 때문에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의 7...Na5는 전형 예상치 못한 수였습니다.
일반적이지 않게 보이는 이 수는 오프라인 대회에서는 단 한 번, 온라인 대회에서는 두 번 사용된 기록이 있습니다.
딩 리런의 차분한 대응은 탄탄했지만 그렇다고 야심적이지 않았고, 오프닝 이후 흑의 포지션은 그렇게 나쁘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런데 카루아나는 17수에 폰 하나를 희생했습니다. 폰 희생이 정말로 필요한 상황이었을까요?
컴퓨터 엔진은 17...Qd7을 제시했습니다. b6 폰이 잡히는 것은 b 열에서 스큐어 전술로 b2 폰을 잡아낼 수 있고, 18...Rfc8까지 연결한다면 흑은 거의 동등한 상황을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카루아나는 퀸과 나이트의 활동성을 확보해서 백의 룩이 수비에 묶이도록 만들었습니다. 기물 교환 이후 진행된 룩 엔드게임 상황은 흑에게 다소 불편했지만, 카루아나는 36수 이후 포지션을 모두 풀어냈습니다.
네폼니아치에 이어 단독 2위를 달리고 있는 카루아나는 내일 백으로 라포트를 상대합니다. 만약 같은 미국 국적의 나카무라가 네폼니아치를 백으로 꺾는다면 카루아나가 단독 선두에 오를 수도 있겠습니다.
4라운드 이후 순위표
5라운드 대진 및 역대 상대 전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