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적인 수비를 보여준 히카루 나카무라
GM 알리레자 피로우자와의 첫 클래시컬 맞대결에서 GM 히카루 나카무라는 훌륭한 수비를 보여주며 51수 끝에 무승부를 거뒀습니다. 3라운드의 모든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고 GM 파비아노 카루나아와 GM 이안 네폼니아치가 2/3점으로 2022 도전자 결정전의 선두를 유지했습니다.
2022 도전자 결정전을 시청하는 방법
이번 대회는 체스닷컴TV, 트위치, 유튜브 채널에서 실시간으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대회와 관련된 자세한 정보와 모든 경기의 기보는 이벤트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4라운드 경기는 6월 21일 오후 10시(한국 시간) 시작합니다.
최고 수준의 체스 경기에서 가장 기대되는 결과는 무승부입니다. 따라서 오늘처럼 모든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는 것은 예상 밖의 일이 아닙니다. 처음으로 현대적인 형식을 도입한 2013년 도전자 결정전에서는 3번의 라운드가 모두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2014년, 2016년, 2018년, 2020-21년에서는 1번의 라운드만 모든 경기가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평화로운 결과였지만 그 양상은 제각각이었습니다. 라자보프 vs 네폼니아치 경기는 선수들이 경기할 기분이 아닌 듯 보였고, 카루아나 vs 두다 경기는 "그랜드마스터 무승부"라고 부를 만큼 어떠한 실수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편, GM 딩 리런은 GM 리처드 라포트를 상대로 대회 첫 승을 기록할 절호의 기회를 놓쳤습니다. 라포트가 흑으로 완전히 패배한 포지션에서 살아남은 것은 이로써 2번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관심을 받은 피로우자 vs 나카무라의 경기에서는 피로우자의 준비된 전략에 나카무라가 인상적인 수비를 보여주며 경기를 무승부로 지켜냈습니다.
라자보프-네폼니아치 ½-½
라운드가 시작하고 1시간 30분 만에 경기 하나가 끝났습니다. 현대 체스에서는 종종 이렇게 무승부로 경기가 빨리 끝나는 것을 목격할 수 있고, 이번 대회에서는 세 번째 라운드만에 그러한 장면이 나왔습니다.
직전 라운드에서 패배를 기록했고 이전 노르웨이 체스에서 좋지 않은 경기력으로 레이팅 19가 떨어진 라자보프는 무승부에 만족하는 듯 보였습니다. 사실 라자보프는 무승부를 많이 거두는 선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7년 11월부터 그는 100번의 클래시컬 경기에서 80경기를 무승부로 끝냈습니다.
한편, 이미 1승을 기록하고 있는 네폼니아치 또한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는 카탈란 오프닝에서 4수째에 백의 c4 폰을 잡았고 곧이어 5...c5로 백의 중앙을 공격했습니다. 작년도 월드 챔피언십에서 GM 매그너스 칼슨과 상대할 때 보다 메인라인을 따르며 ...dxc4를 6수까지 미룬 것과는 대조적이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두 선수는 16수까지 오프닝 이론을 따랐습니다. 그리고 나이트와 비숍이 모두 교환되고 2 룩 엔드게임으로 이어졌습니다. 양 선수는 10수를 더 두고 적당한 포지션에서 수를 반복하며 경기를 끝냈습니다. 오늘의 무승부로 라자보프는 네폼니아치를 상대로 한 역대 상대 전적 1대 0을 그대로 유지하며 승점 0.5점을 챙겼습니다.
카루아나-두다 ½-½
오늘 경기 이전까지 카루아나는 GM 얀-크지슈토프 두다에게 패배한 적이 없고 6경기 중 3경기를 승리했습니다. 두 선수의 가장 최근 경기는 올해 초 네덜란드 벡안지에서 열린 타타 스틸 대회였고, 그 경기에서도 카루아나가 흑으로 승리했습니다.
작년도 타타 스틸 대회에서 두다는 흑으로 페트로프 디펜스를 선택했지만 오늘은 보다 공격적인 시실리안 디펜스 나이돌프 바리에이션으로 들어갔습니다.
카루아나는 잉글리시 어택을 준비했고, 두다는 현대적인 접근 방법인 ...h5를 두며 백의 g2-g4 계획을 지연시켰습니다.
이 라인에서는 여러 갈래가 나뉘어있고 어쩌면 카루아나가 거기서 실수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나이트를 빠르게 c6 칸에 배치했는데 결과적으로 백은 어떠한 이점도 가져갈 수 없었습니다. 컴퓨터 엔진은 백이 나이트를 c6 칸에 배치하는 더 좋은 수순(16.c4 bxc4 17.Nxc4 Qa7 18.Na5 Rc5 19.Nc6)을 제시했습니다.
경기는 빠르게 엔드게임으로 전환되었고 두다는 퀸사이드 폰 구조를 고정시키며 카루아나의 비숍에 맞서 나이트의 전초기지를 확보했습니다.
룩이 교환된 후 카루아나는 일시적으로 폰을 희생했지만 그것은 비숍의 활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모두 계산된 전략이었습니다. 카루아나는 오늘의 무승부를 통해 공동 선두를 유지했습니다.
딩 리런-라포트 ½-½
이번 대회에서 활용되는 오프닝 이론에 대해 말하자면, 상대를 놀라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2라운드에서 카루아나가 네폼니아치를 상대로 준비된 10...Ng4를 두며 주도권을 가져간 것은 아주 매력적인 플레이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변칙적인 오프닝을 두는 것으로 유명한 라포트가 오히려 오프닝 이론을 따랐다는 것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라포트는 1.d4를 상대로 한 잘 연구된 오프닝인 그룬펠드 디펜스를 선택했고, 이는 그가 이전에 단 한 번도 두지 않은 수순이었습니다.
한편, 딩 리런 또한 자신이 이전까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7.Bc4를 둠으로써 라포트를 약간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라포트는 해당 포지션에서 메인 라인으로 알려진 10...b6를 두며 경기를 풀어갔습니다.
두 선수는 아니시 기리와 네폼니아치가 2020년 온라인에서 펼친 경기를 17수까지 그대로 따랐습니다. 이러한 포지션에서 백은 일반적으로 h2-h4 계획을 활용하는데, 이는 수십년 동안 그룬펠드 디펜스를 상대하는 포지션적인 전략으로 연구되어 왔습니다. 최근에는 딥마인드의 체스 인공지능 알파제로가 그 수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라포트는 네폼니아치가 온라인 경기에서 그랬던 것처럼 17...Rfd8을 두었습니다. 이 수는 약간 부정확한 것처럼 보였지만 딩 리런이 18.Bg5로 룩을 공격했을 때 그의 계획이 밝혀졌습니다. 라포트는 룩을 d8 칸에 배치할 때부터 계획했던 대로 룩과 비숍 교환을 받아들이고 백의 d4 폰을 잡았습니다.
그렇다면 흑이 충분한 보상을 얻었을까요? 몇 수를 더 둔 포지션은 그렇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컴퓨터 엔진은 백이 킹을 움직여 나이트 체크에서 벗어나는 한편 23.Rc4를 위협하는 22.Kf1를 제시했고, 딩 리런은 실제로 그 수를 두었습니다.
딩 리런이 22.Kf1!을 두기 직전 포지션
위 포지션에서 라포트는 백의 e2 나이트를 잡았습니다. 백이 이전 수에 킹을 움직였으므로 백은 나이트를 되잡지 않고 흑의 d8 룩을 잡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만약 백이 흑의 d8 룩을 잡았다면, 흑은 e4 폰을 잡고 그다음에 g2 폰까지 잡았을 것입니다. 어쩌면 딩 리런은 그 위협을 과대평가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그는 복잡한 포지션을 피하고 e2 나이트를 되잡기로 결정했습니다.
만약 경기가 끝난 후 딩 리런이 컴퓨터 엔진 분석을 확인한다면 결코 기쁘지 않을 것입니다. 컴퓨터는 백이 룩을 잡았다면 +5점의 우위를 확보했을 것이라고 제시합니다.
이 순간이 경기의 전환점이었고, 라포트는 유용한 교환을 통해 경기의 균형을 맞췄습니다. 그리고 딩 리런이 시간 압박에 놓이면서 경기는 무승부로 향해갔습니다. 라포트에게는 불평할 수 없는 행운의 결과였음이 분명했습니다.
피로우자-나카무라 ½-½
두 선수는 지금까지 수백 번이 넘는 온라인 경기를 했지만 클래시컬 경기에서 맞붙은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피로우자가 이번 대회 처음으로 백으로 경기한다는 점 또한 흥미로운 부분이었습니다.
프랑스 연맹 소속인 피로우자는 평소 1.e4를 1.d4보다 약 2배 정도 많이 사용하지만 오늘은 후자를 택했습니다. 4.Qc2로 진행된 님조 인디언 디펜스는 작은 놀라움이었습니다. 그가 이 라인을 사용한 것은 12살이던(레이팅은 2475였습니다!) 2016년 아시아 네이션스 컵이 유일했기 때문입니다. 약 1달 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GM 레니어 도밍게스와의 경기에서 그는 4.e3 클래시컬 라인을 선택했었습니다.
당황한 나카무라는 생각보다 이른 시점에 시간을 사용했습니다. 그는 13...c5를 두기까지 긴 시간을 소모했고 피로우자의 희생을 허용한 15...g5을 둘 때에도 여러 차례 확인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비록 일시적인 기물 희생일지라도 16.Nxg5!?는 큰 결단이 필요한 수였고 두 선수의 경기는 이전 온라인 경기들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나카무라가 20번째 수를 두었을 때 그에게는 오직 30분만이 남아있었습니다. 한편, 피로우자는 시계에 1시간 51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속기 전문가로 알려진 나카무라는 시간 부족에도 불구하고 전술적으로 위험한 정글을 훌륭하게 헤쳐나갔습니다. 그는 승리한 2라운드 경기에서와 같은 룩+나이트 vs 룩+비숍 엔드게임 상황에서 경기했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비숍을 가진 피로우자가 약간 더 유리했습니다.
피로우자는 37수에서 큰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룩을 교환할 것인가? 아니면 룩을 가진채 경기를 풀어갈 것인가? 그는 13분을 생각한 끝에 보다 강제적인 수순인 두 번째 선택지를 골랐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승리하기 충분했을까요?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나카무라에게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습니다. 피로우자의 38.Bd8 이후 그는 5분 안에 3수를 결정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39수와 40수는 강제된 수순이었기에 그는 40수를 쉽게 채웠고 추가시간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더 생각할 것도 없이 41...c3!를 두었습니다.
흑의 수비 계획은 명확했습니다. 흑은 폰 교환을 만들어서 퀸사이드에서 2대 1의 폰 우위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b4 위협이 있기에 백의 킹이 쉽사리 공격을 위해 떠날 수 없고, 흑은 경기를 지켜낼 수 있습니다.
피로우자는 42.bxc3를 두기까지 1시간(!)을 소모했고 다음 수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이번에는 피로우자가 홀로 남겨질 차례였습니다. 히카루는 재빠르게 수를 두고 다시 자리를 뜨기를 반복하며 바디 랭귀지로 얘기했습니다. "넌 못 이겨, 친구"
결국 피로우자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악수를 나누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어쩌면 상대의 놀라운 수비에 감명받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반적으로, 모든 경기가 무승부로 끝났지만 그 사실을 잊게 할 정도의 훌륭한 경기들이었습니다. 히카루 나카무라의 트위치 채널을 통해 그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될 것입니다. 아래는 체스인사이드의 경기 분석 영상입니다.
3라운드 이후 순위표
4라운드 대진 및 역대 상대 전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