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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 컴퓨터(엔진)와 체스 인공지능(A.I.) - 1편

체스 컴퓨터(엔진)와 체스 인공지능(A.I.) -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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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체스인사이드입니다

오늘은 체스 컴퓨터(엔진)와 체스 인공지능(A.I.)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체스를 하지 않는 분들도 많이 궁금해하시는 부분이니까요! 가끔 체스 컴퓨터와 체스 인공지능을 혼동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둘의 작동 원리는 엄연히 다릅니다. 그러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인간이 체스 컴퓨터를 만들려고 시도한 것의 역사는 170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역시 인간 남자에게는 장난감이 필요한가 봅니다. 1770년 헝가리의 발명가 볼프강 본 켐펠렌(Wolfgang von Kempelen)이라는 사람이 개발한 자동 체스 기계 터크(Turk)가 첫 주인공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가 개발되기 한참 이전의 물건이기 때문에 체스 컴퓨터라기보다는 체스 기계라고 보는 것이 맞겠습니다.

볼프강 본 켐펠렌의 자동 체스 인형 터크(Turk). 출처:위키피디아

하지만 사실 터크는 체스 기계도 아니었습니다. 위 그림에서 선반 아래에 몰래 숨어있는 사람이 이렇게 저렇게 해서 조작하는 형태였다고 합니다. 그 후로도 체스 기계를 만들려는 많은 시도가 있었으나 터크처럼 사람이 숨어서 조작하거나 경기를 할 수 있는 수준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1900년대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체스 기계도 발전했고 실제로 체스를 둘 수 있는 알고리즘이 개발되기 시작합니다. 1960년과 1970년에 들어 체스는 사람과 비슷하게 경기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재미있는 일화가 발생합니다. 1968년 한 파티에서 스코틀랜드 체스 챔피언 인터내셔널 마스터(IM) 데이비드 레비(David Levy)와 미국의 컴퓨터 공학자 존 매카시(John McCarthy)는 체스 대결을 벌입니다. 물론 존 매카시는 자신이 개발한 체스 컴퓨터로 싸웠습니다. 결과는 레비의 승리. 경기에서 패배 후 매카시는 "10년 안에 당신을 이길 컴퓨터가 등장할 거야."이라는 말을 남겼고, 레비는 그에 응해 내기를 합니다. 역시 남자들의 노름 본능이란... 과연 10년 안에 체스 마스터를 이길 체스 컴퓨터가 나올 것인가!?

데이비드 레비(David Levy)와 존 매카시(John McCarthy). 출처:위키피디아

그로부터 정확히 10년 후인 1978년 레비와 노스웨스턴대학교의 체스 컴퓨터 Chess 4.7과의 대결이 열립니다. 6경기로 구성된 매치에서 결과는 4.5 대 1.5의 레비의 승리. 결국 레비가 승리하며 내기에서 이겼지만, 체스 역사에서 중요한 것은 4번째 경기에서 체스 컴퓨터가 IM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1980년대 퍼스널 컴퓨터(PC)의 시대가 열리면서 체스 프로그램의 발전은 가속도가 붙기 시작합니다. 1980년에 세계 마이크로컴퓨터 체스 챔피언십(WMCCC, World Microcomputer Chess Chmapionships)가 생기며 체스 컴퓨터의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합니다. 1981년 Cray Blitz라는 체스 컴퓨터는 미시시피주 챔피언십을 5/5 승점과 2258의 퍼포먼스 레이팅으로 마스터 레벨의 수준을 보여주며 승리했습니다. 독일의 회사 Hegener & Glaser가 개발한 메피스토(Mephisto)는 WMCCC를 1984년부터 1990년까지 우승했습니다.

Hegener & Glaser의 메피스토. 출처:위키피디아

1989년 카네기멜론대학의 Deep Thought(깊은 생각)이 앞서 체스 컴퓨터와 내기를 한 레비를 4 대 0으로 무너뜨렸습니다. 하지만 Deep Thought는 세계챔피언 개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에게는 맥없이 패하면서 '아직 체스 컴퓨터가 그랜드 마스터 레벨은 아니다.', '컴퓨터는 사람의 지적 수준을 능가할 수 없다.'라는 생각을 우리에게 안겨줬습니다.

그리고 1996년 체스 역사상 길이 남을 일이 발생합니다. IBM 사의 딥블루(Deep Blue)가 6경기로 열린 매치에서 세계 챔피언 개리 카스파로프를 상대로 1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것입니다. 이후 카스파로프 선수가 경기 전략을 바꾸며 3승 2무를 추가했고 결국 4 대 2로 매치를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매치 결과보다는 체스 컴퓨터가 그랜드 마스터를, 그것도 세계챔피언을 꺾었다는 것은 체스인들에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개리 카스파로프 vs 딥블루. 출처:kasparov.com

카스파로프와 딥블루와의 경기 분석은 체스인사이드 채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6경기 다 있어요

그다음 해인 1997년 더 업그레이드된 딥블루와 인간 체스 세계챔피언과의 리매치가 열립니다. 결과는 3.5 대 2.5로 딥블루의 승리. 인간이 컴퓨터에게 체스 왕좌를 빼았기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많은 그랜드 마스터들과 체스 컴퓨터의 대결이 있었지만 결과는 체스 컴퓨터의 압도적인 승리였습니다. 체스 컴퓨터는 업그레이드에 업그레이드를 거듭하며 현재는 Elo 레이팅이 3300에 달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현 세계챔피언 매그너스 칼슨(Magnus Carlsen)의 최고 레이팅은 2882입니다. Elo 승률 계산기로 확인해보면 레이팅 3300이 승리할 확률은 95%에 달합니다. 게다가 컴퓨터의 가장 무서운 점은 인간과 다르게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2020년 현재 사람은 컴퓨터를 상대로 체스 경기를 이길 수 없습니다.

다음 편에 체스 엔진이 작동하는 방법과 체스 인공지능에 대해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참고 자료>
https://en.wikipedia.org/wiki/Computer_chess 
https://gamblizard.com/brief-history-of-computer-ch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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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soo Seong

안녕하세요 체스인사이드입니다  

현재 체스닷컴에서 한국어 부문 이사로 근무하며 한국 체스 발전을 위해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아래 채널들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